요즘 정치권에 모병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모병제 논란을 제기한 사람은 남경필 경기도 지사이다. 남지사는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한 사람이니 만큼 국방안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법도 하거니와, 특히 징병문제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되어 있는듯하다.
우선 남지사 등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보면 첫째, 전체 국군의 병력 규모를 지금의 64만에서 30만정도로 줄이는 대신 과학기술군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하자는 말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다. 특히 내년도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하였지만 그 중 무기를 확충하는 전력증강비는 28%에 머물고 나머지 72%는 모두 장병들을 먹이고 입히고 하는 운영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국방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지금의 군 구조로는 과학기술군 육성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갈수록 인구는 줄어 군 입대를 할 자원들은 점차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사병들의 복무 기간을 줄이는 선심성 정책들이 나오다보니 군에 가서 첨단장비를 다루거나 전투능력에 적응할 만하니까 제대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군사 전문가의 견해에 의하면 해군의 경우 적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음파 감청 전문가는 최소한 3년 이상은 되어야 잠수함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해군의 복무기간은 불과 23개월이라 한다. 그러니 조금 배울만 하면 제대를 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처럼 제대로 대응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육군의 경우도 탱크와 같은 고가 장비나 레이더 등 첨단장비를 운영하는 부대 역시 마찬가지라 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복무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자는 것이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군 병력을 30만 정도로 유지하고 이들에게 9급 공무원 수준인 연봉 2,400정도로 하면서 3년 내지는 5년까지 의무복부기간을 제시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청년실업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군 양성에 도움이 되어 전투력 향성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병제 전환이 정답은 아니다. 우선 모병제하에 병력 30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만큼 청년들이 지원을 해야 하는데, 3년 내지 5년만 근무하고 그 후에는 보장이 없는데 과연 얼마만큼 청년들이 지원할지 의문이다. 즉 지원자가 부족할 경우 대책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 수입하듯 안보를 외국인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는 모병제로 전환 할 경우 약 4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부족분에 대해 장교들을 감축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대신 군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인구절벽으로 인한 자연 감소로 어차피 병력 감축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 대만 등 안보위기가 상존하는 국가들은 모두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안보는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가짐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징기스칸의 몽골군대가 세계 최강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전 세계를 정복해도 고려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한 원인이 바로 고려 국민들의 단합과 저항의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징병제 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모병제가 될 수는 없다. 징병제를 계속 유지하되 일반 사병들의 복무 기간을 18개월 또는 12개월로 줄이는 대신, 부사관 계급을 더욱 세분화하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등 처우 개선과 인원 확대를 통해 첨단 기술분야와 고가 장비 운영 등을 부사관들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사병들은 전투보병으로 특화 시키면 된다. 더불어 현재 비대해진 장교집단을 더욱 축소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장교에서 전역하여 부사관으로 재입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군 문화를 만들 필요도 있다.
남북통일이 되는 그 순간까지 대한민국 남성의 병역 의무는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남겨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