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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경수 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 등록 2016.12.12 15:29:14

우리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담화가 있었지만,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주최 측 추산 200만의 촛불 민심에 대해 국회도 눈 감을 수 없었고 그 결과 234표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찬성으로 응답한 것이다. 이제 대통령에 대한 거취문제는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갔다. 차분하게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그 동안 대통령은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제1차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 복받친 감정에 눈물을 보였고, 두 번째는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하고 귀경하는 차 안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세 번째는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난후 눈물을 보였고, 가장 최근에는 피눈물이 무엇인지를 알겠다고 언급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긴 은둔생활을 마치고 정치권에 입문하였다. 정치권 입문에 대한 이유로, 10․26 이후 부친이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폄훼되는 것을 바로잡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처 이루지 못한 복지국가 건설을 완성하는 것이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충북 옥천에서 있었던 육영수 여사 숭모제가 난장판이 되었고,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지르는 한편, 문래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에까지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로 내세웠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그분의 유지를 완성하겠다던 의도가 오히려 그분들의 업적마저 깡그리 무시되고 더 큰 형태로 폄훼되고 있다.

 

사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가장 크게 실망을 한 분들은 바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를 보면 첫째가 박정희 전 대통령 옆에서 훠스트 레이디 역할을 통해 국정을 잘 배웠을 테고, 그 분이 사심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였던 정신을 배웠을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10.26 당일 김계원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유고를 보고하자 첫 마디가 “전방은요?”라는 언급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그 자세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의 심정은 망연자실 그 자체를 넘어 분노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눈물은 무슨 의미였을까? 정말 본인은 잘 하려고 했는데,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일인데 측근 관리를 잘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어서 억울하다는 의미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아버지의 업적까지 폄훼당하고 어머니의 숭모제마저 난장판이 된 상황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진보적인 경제전문가이자 가장 보수적인 안보전문가였다. 5.16는 형식상 분명한 쿠데타였지만 그 결과는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킨 혁명이었다. 자주국방을 이룩하려는 노력 속에서 중화학공업을 일으켰고, 막연히 하늘만 바라보는 농촌을 새마을 운동을 통해 근대화시킨 진정한 의미의 진보주의자였다.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민주주의는 바로 이분에 의해 기초가 다져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업적을 결과론적으로 폄훼하게 만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는 역사를 후퇴하게 만든 최악의 결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한국 사회가 아날로그 혁명으로 이루어졌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디지털 혁명으로 승화시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안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흘렸다고 하는 눈물이 악어의 눈물은 아니겠지만, 단순하게 억울함의 눈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부친의 업적마저 훼손되는 이 결과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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