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헌정 사상 초유의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결정이 다수결이 아닌 헌법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로 내려졌다는 점이다. 선고문 서두에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전원일치 판결의 배경과 이를 통한 대국민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 사안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등 국내 각 분야는 물론 외부에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분열상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난망하게 만들고 있기에, 헌법재판소는 대승적 통합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에 아래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국론분열 등 내우외환의 내용과 그 해결의 전제로서 제시된 국민통합 메시지에 부응할 수 있는 방책을 논해 보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계란을 쌓아 올린 위태로움[累卵之危]’과 비견될 만하다. 수장의 궐위에 의한 국정 혼란,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내부 반목과 중국의 보복, 주변국의 군사 팽창 기조(미·중·일·러의 국방예산 대폭적 증액), 미국의 통상 압박 등 대내외적 위기를 한꺼번에 맞고 있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내우외환에 편승해 노골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조속히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등 ‘일상의 대한민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만일 현재의 혼선이 길어진다면 ‘광복-국가수호-한강의 기적-G20가입’으로 이어진 현대사에 오점을 남김은 물론 이러한 혼란에 편승한 불온한 움직임에 의해 국가전복 혹은 이류 국가로의 전락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떠안은 내우외환을 조망해 보면 그 근원이 내부적 분열에 기인하여, 대내외적 통합이 그 해결에 전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장 60일로 다가온 19대 대통령 선거부터 군사·안보 문제에서 파생된 국내외적 혼란은 국민화합과 대동단결을 통해 ‘국익’이라는 단일 목표로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비로소 해결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속성과 과거 독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나라에서 만장일치, 혹은 국민통합의 구호는 극단적이거나 기피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주요 속성에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이 내포되어 있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국익 중에서도 사활적 이익(Survival Interest)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력의 결집을 위한 국민 통합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필수임은 주지(周知)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사회 지도층의 대국민 호소, 언론 매체를 통한 국민통합에의 국민정서 환기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일시적·단기적 방책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은 반연한 분열과 반복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할 시책이 필요하다. 이를 행정학에서는 상징정책이라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유·무형의 상징물을 활용해 국가의 존속과 번영을 도모하는 모든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상징정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현충일, 순국선열의 날과 같은 정부기념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가보훈처 소관의 ‘서해수호의 날’은 매년 3월 네 번째 금요일 실시되는 법정 기념일로 국민 모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역사적 상징성, 그리고 미래에의 지속적인 활용 가능성을 고루 지니고 있는 국민통합의 기제이다. 구체적으로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상에서 벌어진 북한의 군사도발(두 차례의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명백한 국가수호 활동이란 점에서 보편적인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이는 정전(停電) 중인 6·25전쟁의 연장선상에서 64년 째 지속되고 있는 남침의 역사를 반영해, 향후 대한민국을 보전하기 위한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과 미래에의 활용성 또한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앞선 논의를 종합하자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내우외환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3월 8일의 판결문에도 제시되었듯 하나 된 국민의 결집된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통합을 위한 대표적인 상징정책이자, 보편성과 역사성, 활용 가능성을 두루 지닌 법정 기념일로써, 오는 3월 24일 예정된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은 지난 3월 8일 만장일치의 판결이 주는 메시지에 부응해 국민 대통합의 장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해수호의 날은 대한민국의 국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헌신의 역사를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호국의지라는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대한국인’의 고유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함의를 정부와 온 국민이 합심하여 온전히 구현해 낼 있다면, 서해수호의 날은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내우외환은 물론 향후 대한민국이 직면할 간난신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