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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고] 군화와 운동화

  • 등록 2017.05.03 11:05:05


군대 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본인이 없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돌리지 마라는 뜻으로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이들을 ‘군화와 고무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청춘들은 군대와 관련해 하나의 특정한 사물을 빗대어 그들만의 재미있는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말했다. 가슴 설레는 이 땅의 청춘들은 피해갈 수 없는 병역의무를 위해 군 입대를 하면서 자유와 멋의 상징인 운동화를 벗고 군화를 신는다. 생각해보면, 군화와 운동화는 청춘에겐 필수품으로 청춘들이 즐겨 신거나 군 입대를 계기로 필연적으로 신게 된다.

군화와 운동화의 유래를 살펴보면, 군화는 군인들이 군복과 함께 신는 신발로 최초의 군화는 로마제국의 병사들이 신었던 칼리가에이다. 반면 운동화의 시초는 1870년대 고무로 된 깔창에 끈 없는 면으로 싸여진 샌드슈즈라고 한다. 이후 스포츠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에서 기록을 갱신하는데 기여한 후 1980년대에 들어서 N브랜드를 필두로 혁신적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패션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어 젊은 층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군화는 병영에서 또는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발로 병사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져 튼튼할 뿐 아니라 견고하다. 이에 비해 운동화는 편하고 안정적인 착화감을 주며 개성을 표출하기에 그만이고, 고무 밑창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감촉을 느낄 수 있어 자연친화적이다.

 

본래 사람이 제일 아끼지 않는 곳이 발이라고 한다. 사실 발은 몸 가운데 굵은 힘줄과 주름살이 가장 먼저 생기면서 노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아마도 제일 낮은 곳에서 힘들여 사람의 몸을 지탱해주므로 우리에겐 더 없이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이나 일상생활에는 운동화가 제격이지만, 돌부리에 채이고, 산에 오르는 거친 훈련을 하는 군인에겐 군화가 낫다.

얼마 전 휴가 나온 조카가 인사 차 찾아왔다. 대학입학에 실패 후 삼수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늘 다툼이 잦았고 지저분한 운동화를 끌고 다녔던 철부지 모습만 생각나게 했던 조카에게선 날선 군복에 각을 잡은 모양새며 반짝이는 군화를 신은 모습에서 대한민국 군인다운 군기와 절도가 엿보였다. 30여년 전 군복무시절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작년 한해만 해도 약 13만여 명의 청춘들이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영했다. 오랫동안 개성과 자유를 만끽하며 운동화를 애용해 왔던 우리의 수많은 아들들이 인생의 황금기에 국가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소중한 시기인 군 입대를 하면서 군화를 신었다.

신세대 입영장정들은 기존에 익숙했던 가정, 사회에서 동떨어져 군 복무를 해야 하는데서 막연히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입영 후 끈끈한 동료애와 비전을 함께 공유하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다 보면 훌륭히 군 복무를 마칠 수 있으리라.

봄꽃이 만발하여 휘어진 가지마다 꽃망울을 달고 있는 5월, 곧 운동화를 고이 두고 군화를 신게 될 입영장정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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