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한 방송매체에서 친일파의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재산권을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이 찾기 위해 나섰던 땅은 하루 수천대의 버스가 오가는 도로로, 이들은 주요 도로를 철거하는 것은 물론 원상복구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지자체는 지난 해 1심에서 패소, 2심 판결을 앞두고 큰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고 지난 11월 초 결국 해당 지자체의 승리로 결정됐다. 재판부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커져서 판결에 상당히 고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은 친일파 후손들의 이기주의가 극치에 달했음을 보여줬고 향후 또 다른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권 행사에 따른 문제점과 대처방안은 없는지, 우리의 역사적 가치관 정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과 경종을 불러 일으켰다.
친일재산 환수에 대한 논의는 1992년부터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의 증손자 이모씨가 국가에 몰수된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판부가 이씨의 손을 들어주자 이후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반환 소송이 이어졌고 여론은 들끓었다. 이에 2005년 특별법이 제정돼 친일 행위를 통해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 7월까지 4년간 친일행위자 168명의 친일재산 1000여억원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이 중 제3자에게 이미 처분된 267여억원에 대해서는 친일재산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친일파 후손들이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재산을 국가에 반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7월부터는 법무부가 그 업무를 승계하여 수행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약 3년간의 친일재산 환수 소송에서 97%가 승소하여 친일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고 한다. 재판을 통해 국가에 귀속된 친일파 소유 재산은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사업기금”에 보태졌으며 지금까지 322억 10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이는 앞으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11월 17일은 제2의 삼일절이라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회복을 위해 항거하고 헌신한 애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이어온 국가기념일이다.
그러나 국민 중 이 기념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공동체 의식의 약화로 집단 간 갈등이 증폭되어 가고 있는 요즘,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행복한 대한민국, 희망찬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이고, 나라에 대한 관심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때 나라 위한 희생과 역사적 가치가 정립되어 국가가 더욱 번창할 것이며, 반대로 관심이 없으면 허약한 국가관의 토대 위에서 어쩌면 국민이 의지할 국가마저도 사라지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오늘, 새삼스럽게 오로지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희생한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를 물려 준 애국선열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리면서, 선열들이 지킨 이 땅을 더욱 발전시켜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