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시인 엘리오트(T.S.Eliot)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라 하며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4월은 봄을 기다리는 들뜬 마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사 속에서 4.19혁명이 일어났고 불과 1년 전에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1달 뒤인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봄은 더욱 깊어져가 아카시아 꽃향기가 온 누리를 휘감는 계절이 오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을 지나면 통상 부처님 오신 날이 끼어있어 온통 축하와 축복을 비는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5월에 우리의 현대사에는 두 개의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 바가 있다.
5.16과 5.17 !
20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불행히도 민주주의 체제에서 군이 불법으로 개입하여 정권은 찬탈한 사건이다. 군이 불법으로 정치에 개입하여 정권을 찬탈하는 행위를 전문 용어로 쿠데타(coup d′Etat)라고 한다. 따라서 5.16과 5.17은 둘 다 쿠데타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임명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습관적으로 질문한 공통 내용이 바로 5,16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는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5.16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박후보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5.16을 혁명이라 답변을 하였지만 5.16이 왜 혁명인지와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행위가 혁명이라면 12.12, 5.17은 물론 제3세계에서 발생한 모든 군사 쿠데타가 모두 혁명인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면 혁명(Revolution)이란 무엇인가?
혁명이라는 말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바스티유 감옥을 탈취한 시민들이 흥분하여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쳐들어갔을 당시 루이 16세는 이를 반역(Rebellion)이라 하였지만 곁에 있던 신하가 반역이 아닌 혁명이라 한 것에서 유래를 한다. 일종의 동음이의의 차원에서 한 말장난이 역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이란 구 체제를 전복하여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단순히 정권의 주인이 바뀌는 행위는 혁명이라 하지 않는다. 체제의 근본 내용이 변화해야만 진정한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시민 혁명은 왕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제왕적 통치 체제에서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보장해 주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혁명이라 한다. 프랑스 대혁명 역시 앙시엥 레짐(구 체제)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혁명이라 한다. 러시아 혁명 역시 비록 실패는 하였지만 사회주의 체제라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하였기 때문에 혁명이라 한다.
그렇다면 5.16은 쿠데타인가 아니면 혁명인가?
5.16은 당신 전통적 농업사회인 한국 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킨 계기를 마련하였다. 즉 5.16을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가난을 극복하겠다는 절실한 인식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였으며,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국민들에게 깊이 인식시켜 주었다.
민간인 정부로서는 감히 꿈 꿀 수 없는 군대식 밀어붙이기 행정 처리를 통해 전통적 농업사회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을 산업사회로 진입시켜 지금의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5.16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5.16은 형식상 쿠데타이긴 하지만 내용은 분명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군사 반란에 머무른 12.12, 5.17과는 그 성격이나 내용이 전혀 다른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임명된 장관 후보자들 중에서 5.16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는 장관 후보자들이 한명도 없었다. 그저 우물쭈물하거나 자기가 답변하기 적절치 못하다는 식의 피해가기에 급급하였을 뿐이었다.
작금의 현 정부 인사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알만 하다. / 논설위원 이경수(대진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