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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SNS 시대의 위기관리

이경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관리자 기자  2015.06.26 18: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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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마치 홍해바다가 갈라지듯 피한다고 한다. 기침을 한 사람이 단순히 재채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사래가 들어 기침을 한 것인지 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메르스 환자라고 의심부터 해서 생긴 현상이다.

길거리에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 약국의 마스크가 동이 나고, 마스크 제작회사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있다. 하긴 메르스에 걸리면 치사율이 15% 정도라고 하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이 틈을 타서 메르스가 미군의 생화학 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메르스의 특효약이 무엇이라는 등 각종 루머가 SNS를 타고 무차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심지어 일부이긴 하지만 정권 퇴진 운동까지 운운했다고 하니 참으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조류 독감, 신종 플루 등등 각종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약 25만명 정도라고 하니 어찌보면 메르스 역시 변종 독감의 한 종류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가 난리가 나고, 서민 경제에 타격을 주고, 각종 루머가 난무하고, 심지어 음모설에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어지는 이 사태의 원인은 무었일까?

한 마디로 정부의 위기관리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위기란 사건 자체보다 대응이 문제가 될 때, 사건 자체보다 후유증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말한다. 원래 위기는 극히 사소한 것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일이 점차 소조직으로, 소조직에서 대조직으로, 나아가 국가 차원으로 확산됨으로써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을 초동단계에서 차단하면 결코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위기관리란 어떤 사건을 초동단계에서 저지하고 차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초동단계에서 차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 백악관 대변인실 지침에 의하면 첫째, 진실을 말하라, 둘째, 거짓말을 하지 마라, 셋째, 덮으려 하지 마라, 넷째, 나쁜 소식은 최고 책임자가 직접 제기하라, 다섯째, 되도록 먼저 제기하라, 여섯째,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라 라는 6대 원칙을 지킨다고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 역시 중동 지역을 방문한 한 사람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인 삼성병원이 초동 조치에 실패를 하였고, 보건 당국 역시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여 결국 위기 사태로 확산된 것이 아닌가 한다. 처음부터 보건 당국이 이 병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격리조치 하였다면 아마도 몇 사람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처럼 난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해 발생한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박 관계자들이 긴급 대피령만 내렸어도 피해자는 소수에 불과했을 수 있다. 출동한 해경이 긴급 대피령을 내렸어도 어느 정도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그 후의 일이다. 선박이 물속에 잠겼을 때 당시 바다 수온이 12도 정도였다는 점이다. 사우나 안에 있는 냉수탕 온도는 통상 22도 정도이고, 18도로 내려가면 사람이 3분을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선체가 물속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쉽지만 대부분 이미 체온 저하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에어포켓이니 뭐니, 다이빙 벨이니 뭐니 하면서 몇날 몇일 헛된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을 하지만 때로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 헛된 희망이 온 거리에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 물결로 이어지게 만들었고, 결국 구출이 실패로 돌아가자 온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로 이어지게 만들고,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결국 온 나라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시대는 이미 정보의 독점 시대가 아니다. SNS를 타고 10초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것이 바로 이 시대이다. 감춘다고 감춰지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는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볼 때, 처음부터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위기가 아닌 하나의 사건 선에서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