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신문=이승일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영등포갑)이 정부가 지난 8일 관계기관합동(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에서 '자본확충펀드' 설립 계획을 검토한 결과 한국은행법, 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을 위반했거나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자본확충펀드' 설립에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다음달 설립될 '자본확충펀드'는 정부가 최대주주인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본금으로 설립되는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SPC)이다. 이 특수목적회사는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발행한 채권(코코본드)를 매입하도록 돼 있다.
11조원 규모가 될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자금조달 구조는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10조원을 도관은행인 기업은행을 통해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하고, 기업은행은 자체조달한 자금 1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모회사인 캠코에 지원해 다시 캠코가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후순위채권으로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한국은행이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지원하는 구조를 단계별로 보면 캠코가 설립한 자본확충 펀드가 10조원 규모의 신용증권(약속어음)을 발행하면 신용보증기금은 이 신용증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10조원 규모의 보증여력이 없는 신용보증기금에 5천억원을 '출연'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어 ③기업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한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10조원 규모 신용증권을 매입하고, ④한국은행은 기업은행이 제출한 특수목적회사의 신용증권을 매입해 10조원을 기업은행에 대출해 주면 ⑤기업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받은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재대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김영주 의원이 분석한 결과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10조원 참여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3가지 중대한 법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한국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5천억원을 '출연'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대출에 관해 한은법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은법 77조와 79조에 따르면 한은은 정부가 지정한 정부대행기관에만 대출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도록 돼 있고, 정부나 은행이 아닌 민간과는 원칙적으로 여수신 행위가 금지돼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자본확충펀드의 신용증권 10조원에 대해 지급보증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며, 따라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대한 한국은행의 10조원 지원도 위법이다.
다만 대출이 아닌 '출연'에 대해서는 한은법에 근거조문이 없으며, 대신 한은이 출연한 대상기관의 관련 법률에 근거해 출연됐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타 기관 출자, 출연 및 분담금 현황'을 보면, 한국은행의 총 출연금은 594억원인데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에 494억원, 금융감독원에 100억원이 출연됐는데, 출연 근거는 각각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관한법률 제7조와 금융위원회설치등에관한법률 제46조 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5천억원을 출연하는 데 대해서는 한은법은 물론 다른 어떤 법률에도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은 이에대해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은은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신용보증기금 출연 5천억원에 대해 한은법 1조 2항에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 점을 거론하며 금융안정이라는 "설립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공익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법 1조 2항은 기관의 목적조항으로 한은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는 한은법에 구체적인 법률조문으로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한은법 1조 2항의 실현을 위해 한은법 28조는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행위 20가지가 나열돼 있는데 '출연'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한은은 서면답변에서 "2009년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위해 한은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과, 신용보증기금법에 "한은의 출연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등 다소 궁색한 답변을 보내왔다.
김영주 의원은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참여가 통화신용정책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목적조항을 근거로 구체적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은이 '판단'했다면 앞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출연할 수 있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결국 총 출연금의 8배가 넘는 규모의 한국은행의 신규 출연이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한국은행은 기업은행이 제출한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신용증권을 매입해 10조원을 기업은행에 대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한국은행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대출 관련 규정인 '금융기관대출세칙'(제1조2의 1)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관계에 있는 회사에 대출해 주고 취득한 증권은 적격증권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쉽게 말해 A은행이 최대주주가 같은(동일인) 계열사 B에 대출해 주고 취득한 증권을 한국은행이 매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행의 최대주주가 정부(최대주주: 기획재정부 의결권 51.2%, 최대주주의특수관계인 산업은행 의결권 1.9% 수출입은행 의결권 1.5%)이며,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모회사인 캠코의 최대대주주 역시 정부다.(정부 56.84%, 수출입은행 25.86%, 산업은행 8.14%) 따라서 기업은행과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금융기관대출세칙'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제출한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신용증권을 매입해 10조원을 대출해 줄 수 없게 된다.
이에대해 한국은행은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서면답변에서 한국은행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도관은행(기업은행)과 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자본금을 납입하여 설립하게 되는 상법상 유한회사(SPC)이므로 도관은행과 법적으로 독립"돼 있으며 "따라서 도관은행 대출시 취득하는 펀드 발행 약속어음도 대출 담보증권의 하나인 신용증권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즉, '기업은행과 캠코가 계열회사이므로 한국은행은 기업은행에 대출할 수 없다'는 지적에 관련 법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업은행과 캠코가 계열회사가 아니므로 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시행령 조문을 보면 민간 뿐만 아니라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계열회사나 공기업이 출자한 계열회사에 대해서도 계열회사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법률적 근거를 갖추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서면답변에서 '금융기관대출세칙'에 대해 한은법 64조에 따른 '상시대출'과 '상시 운용되지 않는 대출' 중 '상시대출'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이번 기업은행에 대한 대출처럼 '상시 운용되지 않는 대출'에 대해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대출여부 및 대출조건을 별도로 의결해 실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법을 보면 '상시 운용되지 않는 대출'에 관한 조문은 한은법 64조 보다는 65조로 볼 수 있는데, 65조 1항 1호에 따르면 긴급여신 대상은 "자금 조달 및 운용의 불균형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에 긴급히 여신을 하는 경우"로 돼 있다. 즉, 기업은행의 유동성이 악화됐을 경우에만 '상시 운용되지 않는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현재 유동성에 문제없는 기업은행에 한은이 10조원을 대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영주 의원은 "한국은행은 10조원을 대출해 주기 전에 공정거래법상 기업은행이 자산관리공사의 계열회사가 아니라는 법률적 근거를 가져오거나, 기업은행이 유동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마지막 단계인 기업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받은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재대출하는 과정에도 중대한 법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자신의 대주주나 대주주가 소유한 법인에 은행 자기자본의 일정규모 이상을 대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형(은행법 제66조 2호)에 처하도록 돼 있을 정도로 엄중한 범죄행위이다. 일반 국민의 예금을 은행 대주주가 과도하게 대출받을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는 기업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이 법에 특별한 예외규정이 없으면 기업은행도 은행법을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역시 정부가 최대주주인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모회사인 캠코는 앞서 지적한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일 뿐만 아니라 은행법 시행령 상으로도 특수관계인이다.
그런데 은행법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자신의 대주주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자기자본의 25% 내에서만 대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른바 '대주주 여신한도 제한' 조문이다. 기업은행에 적용되지 않는 은행법 조문은 중소기업은행법에 열거돼 있지만, 은행법상 '대주주 여신한도 제한' 조문은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자기자본이 약 4조 3천억원이므로 은행법상 기업은행이 특수관계인인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는 자기자본 약 17조 4천억원의 25%인 약 4조 3천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기업은행이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김영주 의원은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자본확충펀드 자금조달의 각 단계마다 중대한 법률적.절차적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한국은행이 10조원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법률적 근거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한은이 정부에 입김에 휘둘린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10조원이면 연봉 5천만원을 받는 국민이 한 푼도 쓰지 않고 20만년을 모아야 가능한 돈"이라며 "향후에 그만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 금융중개지원대출에 이어 정부가 재정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에 무분별하게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본확충펀드 발표자료(1차 산업경쟁령 강화 관계장관회의 개최)를 보면 '지난 5월부터 정부와 한은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돼 있는데, 지난해 산업은행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불려간 것처럼 이번에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밀실에서 10조원 발권력 동원 안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의원은 이번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이 점을 분명히 짚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