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을 영어로 Republic Servant(또는 Civil Servant)라 한다. 공복(公僕) 즉 국민 대중의 노예라는 뜻이다. 공무원은 통상 임용 방법에 따라 선출직과 임명직으로 구분되는데, 어쨌든 이 들의 운영은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니 국민들의 심부름꾼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을 다른 이름으로 관리라고 하는데, 과거 봉건주의 왕조시대 관리는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였으며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대물림하는 합법적인 수단이었다. 더불어 대를 이어 부와 명예를 지키는 수단 역시 관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위 음서제도(아버지가 고위 관리이면 아들도 과거시험과 상관없이 관직에 등용되는 것)가 판을 치고 있었으며, 이도 모자라 가문이니 학파니 하면서 파당을 지어 관직을 지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고대 로마 시대에는 이러한 관리가 별로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면 로마는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귀족중심의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굳이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관리가 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관리가 되면 명예는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 재산을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로마의 귀족들에게는 공무담임권 즉 관리가 되는 것은 큰 의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어쨌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는 이들에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분상승과 부의 축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관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대나 관리의 봉급은 무척 적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본인이 갖고 있던 권력을 이용한 부정부패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대원군이 권력을 잡자마자 제일먼저 손을 댄 개혁정책이 공무원 월급의 현실화였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는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의 행정 관료들을 충원하면서 일제 치하의 관리들을 대부분 등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하였다. 그만큼 행정은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시절에는 산업화를 이끌어 간 근간이 바로 숙련되고 사명감 깊은 공무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60~70년대 공무원들은 흔히 말하는 춥고 배고픈 이들의 대명사였다. 한정된 정부 예산상 공무원들에게 적정 급여를 지급할 수가 없으니 공부 좀 하는 이들은 공무원이 되느니 사기업에 취업을 하였고, 친구들끼리 술자리를 해도 술값을 내는 쪽은 늘 사기업에 다니는 자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과거 각종 선거 공약 중 단골 메뉴 하나가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을 사기업의 70%에 맞추느니 80%까지 끌어올리느니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 공무원들은 조국근대화의 역군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밤을 세워가며 수출을 독려하고 통계를 작성하는가 하면, 부족한 지식을 메우기 위해 야간에는 대학이니 대학원이니 하면서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피곤한줄 몰랐다. 박봉이라 친구들에게 쓴 소주한잔 사지 못해 늘 얻어먹기만 해도 그 자긍심을 버리지는 않았다.
요즘 우리 청년들의 최고의 희망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한 해 약 40만 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준비를 하는데, 3~4년을 재수하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는 그 이상의 세월을 투자하여 공무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박봉이라도 사명감을 택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실리 때문이라 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말단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도 30년 뒤 은퇴시기까지 계산해볼 때, 대기업 근무자들보다 연봉이나 각종 혜택을 합산해볼 때 약 3억원 정도 이익이라고 한다. 더구나 은퇴 이후에도 일반 연금보다 공무원 연금이 더욱 높다고 하니 요즘처럼 불경기를 감안해보면 청년들의 공무원 선호 사상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세상 참 좋아진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에 대한 대우는 청년들이 선망할 정도로 좋아졌는데, 그에 따른 청렴과 사명감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은 웬일일까?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상상을 초월할 고위직 공무원들의 비리와 불법행위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으며, 하위직은 하위직대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갑질 논란에, 요즘은 웬 공무원 변태 사건까지 난무를 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몇 년씩이나 투자를 하고 있는 요즘의 청년들의 마음속에, 평생 안정된 직장으로서가 아니라 비록 박봉이나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이 충만해 있기를 기대해본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