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박2일의 비교적 짧은 한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국인 중국을 향해 떠났다. 트럼프의 방한 기간 중 좌파 진영의 반대시위로 인해 광화문을 통과하는 차선을 긴급하게 변경하는 해프닝도 있었으며, 좌파 시민단체와 우파 시민단체들 간에 가벼운 충돌도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한 일정이었다.
트럼프는 방한 기간 동안 한미정상 회담과 국회연설, 그리고 기상악화로 인해 불발되었지만 전격적인 DMZ 방문 시도 등, 일본이나 중국보다 방문 기간은 짧았지만 매우 알찬 일정을 소화하였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소위 “코리아 패싱”은 절대 없을 것이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할 부분은 두 가지로써, 첫째는 한미 FTA 재협상이 있을 것이며, 두 번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전략무기 구매에 합의했다고 밝힌 점이다.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1960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문한 이래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은 한번쯤은 국빈자격이든 실무 차원이든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 입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요구하는 첨단무기 판매에 난색을 표하였고, 그저 낡고 한물간 무기들에 대해서만 못이기는 척 판매한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상들 간 기자회견에서 무기 팔았다고 자랑을 하고, 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랑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북핵문제에 관해 강력한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당장 항공모함이나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전개함으로써 일촉즉발의 상태로 몰고 간 것은, 중국의 지나친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경고이며, 일본으로 하여금 대미 투자를 늘리라는 압력이며,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FTA를 재협상하고 대미 무역흑자 대신 미국산 무기 구매로 보상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은 경제 논리로 퉁치자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된지 만 1년에 불과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초유의 미국 대통령이다. 여론의 지지도에서 36%선을 넘나드는 것이 웅변해주듯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트럼프는 세계 최강인 미국 대통령으로써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막말 논란에, 종잡을 수 없는 행동, 협상 전략으로 자기 자신을 미치광이라 스스럼없이 표현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아주 노골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대통령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10년 한미 FTA 국회비준 과정에서 잘못된 협상이라고 강하게 비판을 가하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 여당 의원들은, 그 협정이 미국에 불리하니까 다시 협상하자는 지금의 미국 입장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골적으로 미국 무기를 판매하려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대통령을 미국 국민들은 좋아할까 싫어할까?
대외정책에서는 선한 정책과 악한 정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익에 맞는 정책과 맞지 않는 정책만이 존재한다는 어느 정치학자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