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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를 보고나서

관리자 기자  2018.03.20 16: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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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극장에서 2018년 아카데미 상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다키스트 아워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 말로 하면 어둠의 시간정도라 번역이 가능하다. 영화는 19405월 영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19405월 히틀러의 유럽 침공이 시작되자 그 동안 대독일 유화론을 펼쳤던 네빌 체임벌린 영국 수상이 물러나고 후임자로 윈스턴 처칠이 취임을 하게 된다.

처칠은 그 동안 히틀러의 야욕을 지속적으로 경고하였으나 수상인 쳄벌레인은 그저 평화만 가져올 수 있다면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으로 독일과의 평화협정에만 매달리다 결국 히틀러의 유럽 침공으로 수상직을 사임하게 된다. 새로이 수상에 취임한 처칠은 사실 게으름뱅이에다가 알콜 중독 증세도 있으며,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헤비 스모커였다, 더구나 처칠은 대중 연설은 능하지만 말을 얼버무려 무슨 말을 하는지 연설문을 받아 적는 타이피스트가 혼란을 겪을 정도의 문제 정치인이었다. 그런 처칠이 전시 내각의 수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이없게도 야당에서 반대하지 않는 유일한 여당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처칠은 수상으로 취임하자 전시 내각을 구성하면서 전임 수상인 챔벌레인은 물론 보수당의 대표주자이자 협상론자인 할리팩스 의원까지 포함시킨 거국 내각을 구성한다. 그러나 영국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당장 바다건너 프랑스 땅인 덩케르크에 영국 육군 30만 명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런 독일군의 침공에 포위를 당해 전멸을 하던가 아니면 모두가 항복을 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처칠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경쟁자인 할리팩스는 끊임없이 의회에서 독일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국왕인 조지 6세 역시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로 망명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임 수상인 챔벌레인과 할리팩스는 협상에 비판적인 처칠에 대해 불신임안을 제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처칠 역시 독일과 협상을 하지 않으면 당장 덩케르크에 있는 30만 군대가 모두 몰살할 수 있으리라는 우려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처칠은 의회로 가는 도로가 정체를 빚자 승용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탄다. 아마 평생 지하철 한번 타지 않았겠지만 이 순간만은 국민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런던 지하철에서 만난 국민들은 처칠이 어떤 결정을 할지에 대한 답을 내려주었다. 영국 국민들은 굴욕적인 평화보다 명예로운 투쟁을 원했던 것이다.

싸우다 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비겁하게 무릎을 꿇는다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라는 라디오 연설로 처칠의 선택은 결정되었다. 이에 국왕인 조지 6세 역시 처칠의 선택에 힘을 실어 주었다. 처칠은 덩케르크에 있는 영국군의 철수를 위해 어선이건 요트건 간에 가능한 모든 민간인 선박에 대해서 동원령을 내린다. 이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나 독일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삼게 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몇 달 전에 상영한 덩케르크라는 영화를 통해 소개되었다.

처칠은 라디오 방송과 의회 연설을 통해 역설한다. “일시적인 평화를 위해, 믿을 수 없는 나치주의자와는 절대 협상할 수 없다. 우리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의지이다.”

평화를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러나 굴욕적으로 얻은 평화는 항구적이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 올 수 없음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처칠이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이 말한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외쳐라! 이 땅의 모든 인간에게 죽음은 언젠가 오나니. 나는 가장 명예롭게 죽겠노라, 두려움에 용감히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