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신민수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고 길고양이 급식소를 단지 인근에 설치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끈다.
2일 부산 사하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캣맘과 캣대디가 단지 인근에 사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는데, 차라리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공청회 초반에는 그동안 서로에게 쌓였던 감정을 토로하느라 갈등도 있었지만, 조율 끝에 주민들은 공식 급식소 3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산시가 관리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배부받아 설치하되, 캣맘과 캣대디가 길고양이에 대한 관리를 책임지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지정된 급식소에서만 먹이를 주고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중성화 수술(TNR)사업에도 동참해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합의했다.
사하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협의 끝에 급식소를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마침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사업을 위해 여유분으로 보관하던 급식소가 있어 주민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여론 수렴을 거쳐 공식적으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동안은 급식소 설치가 주민 반발로 인해 자주 무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려다가 일부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부산시 등 지자체는 오히려 공식적인 길고양이 급식소가 마련돼야 청소나 개체 수 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주민 간 갈등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특정 공간에서 사료를 주면 자연스레 길고양이들이 모여들어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이 쉽기 때문이다.
동물단체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가 사람과 길고양이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박혜경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대표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공존하는 도심 생태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부산에도 아파트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 급식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