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나재희 기자]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뜨겁다. 2024년 들어(~1월 22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9.2%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의 상승률이 1.7%에 그치고, 한국 코스피는 오히려 7.1% 급락했다. 2023년에도 코스피 상승률은 18.7%였는데, 닛케이225지수는 28.2%가 올랐다. 한국 증시에만 투자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그래서인지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인들의 해외 투자에서 일본 증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가 이뤄진 시장이 됐다. 2024년 1월 19일 기준 한국인들의 일본 상장주식 보유 금액은 37.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주식 보유금액(660.8억 달러)엔 못 미치지만, 전통적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시장이었던 중국(25.5억 달러)을 넘어섰다.
특히 2023년 이후로만 보면 일본 증시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이후 한국인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6.9억 달러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홍콩을 포함한 중국 증시에선 1.7억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에서도 22.9억 달러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일본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산이든 투자자들을 매혹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가격 상승이다. 미국 주식이든, 일본 주식이든 한국인들의 포트폴리오가 국제화·다변화한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에는 몇 가지 고려할 요인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일본 주식투자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최근 1~2년의 일이지만 일본 증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승해왔다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일본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낸 것은 2013년부터다. 2022년 테러로 세상을 떠난 아베 신조 총리가 당시 집권하면서 소위 '아베노믹스' 정책 조합을 풀어놓기 시작한 시기다.
그 후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1.2%였다. 같은 기간 연평균 15.7% 상승한 미국 나스닥을 비롯해 인도 센섹스지수(12.7%), 미국 S&P500지수(11.6%)에 이어 글로벌 주요 증시 중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 코스피는 연율화 2.6% 상승에 불과했다.
또 2013년 이후 14개년 동안 한국과 일본 증시의 연간 등락률을 비교해보면 코스피가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던 해는 2016, 2017, 2020년뿐이다. 이처럼 일본 주식에 대한 한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이제 막 달아오르지만 주가는 오래 전부터 달려왔다는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최근 일본 증시의 강세가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수출주 실적 개선에 기반한 측면이 있는데, 통화가치가 약세인 국가에 투자할 경우 외국인의 실질 수익률은 엔화 표시 수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를 상징하는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는 엔화 가치 약세로 귀결됐다. 주요국들의 물가와 교역 비중 등을 감안해 산정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일본 엔화는 최근 3년간 26.5%나 절하됐다. 같은 기간 한국 원화는 4.6% 절하에 그쳤다.
엔화 약세는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엔화 표시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다. 가치가 하락하는 통화로 표시된 자산에 투자하면 환 손실을 보게 된다. 2013년 이후 닛케이225지수는 173% 상승했지만 달러로 환산할 경우 상승률은 67%로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일본 증시의 높은 상관성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증시는 미국 증시에 연동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독 일본과 미국 증시는 상관성이 높다.
2010년 이후 S&P500지수와 닛케이225지수의 상관계수는 0.96으로, 코스피와 S&P500의 0.83보다 높다. 2000~2009년 상관계수도 미일 증시가 0.91로 한미 증시의 0.41보다 높았다. 미국과 일본을 고려하면 글로벌 분산 효과가 거의 없고, 미국 증시가 조정받으면 완충 작용 없이 일본도 그 파고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