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이천용 기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곧 들어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깊숙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는 26일 회고록 출간을 앞둔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보도된 독일 시사매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총리로 재임한 16년간 사업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섬세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출로 그러한 도전 과제가 커졌느냐는 물음에 메르켈 전 총리는 "이제 자본을 통해 거대한 힘을 가진 실리콘 밸리 출신 대기업들과 그(트럼프 당선인) 사이에 가시적인 동맹이 형성됐다"고 답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를 미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한 것과 관련, 정부 재정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CEO를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그 같은 사람이 우주에서 궤도를 도는 모든 위성의 60%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정치 문제와 함께 우리에게 큰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강자와 일반 시민 사이의 사회적 균형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엑스(X·전 트위터)에 대해서는 "이 나라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일으킨 것과 같은 소셜미디어 소동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AfD는 내년 2월 독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 선거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던 머스크는 선거 후 트럼프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에 배석하고, 미 연방정부 예산 약 3분의 1 삭감을 주장하는 등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은 공공계약을 통해 정부에서 150억달러(약 21조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당선인 재임 기간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메르켈 전 총리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등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부동산 개발업자의 눈으로 세상만사를 판단하는 사람"이라며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며 혹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