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이천용 기자] 20개 지방의회에서 지난 2년여간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수의계약이 31억 원 상당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이 임기 개시 이전에 본인이 활동했던 민간 업무 내용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도 전체 518명 가운데 308명(59.5%)에 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선 8기 지방의회가 출범한 2022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20개 지방의회(광역 7·기초 13)를 대상으로 이해 충돌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원과 그 가족이 소유하거나 대표자인 업체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그러나 권익위 점검 결과, 이 같은 수의 계약은 지난 2년간 총 1천391건, 약 31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여기에는 지방의원이나 그 가족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특수관계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259건(약 17억 8천만원) 포함됐다.
지방의원 임기 개시와 함께 대표자를 타인으로 변경했지만, 지분을 처분하지 않은 채 계약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지방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에서 의정 활동 명목으로 간담회를 하고, 해당 지방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식사비를 지출한 경우도 176건(약 5,800만 원) 있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지방의원은 임기 개시 전 3년 이내의 민간 부문 업무 활동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번 점검에서 23명의 지방의원은 민간 활동 경력이 있는데도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원 285명은 민간 부문 업무 활동 명세서를 제출했지만, 운영했던 영리 업체 등을 빼고 제출하는 꼼수도 적발됐다.
20개 의회 중 11개 의회에서 관용차 등을 공적 목적이 아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부실하게 관리한 정황도 확인됐다.
결혼식, 장례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200㎞ 이상 관용차를 사용하거나,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 공항까지 관용차를 이용하고 공무 수행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증빙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관용차, 관사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물품 등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한다.
이 밖에 지방의원은 본인의 의안 심사로 본인이나 가족 등이 이익·불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를 신고하고 의안 심사를 회피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과거 본인이 재직했던 단체와 관련된 의안을 심사한 사례도 적발됐다.
권익위는 이번에 확인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들을 해당 지방의회에 통보하는 한편, 추가 조사·확인을 통해 징계, 과태료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지방의회 이해충돌 지침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에 모든 지방의회에 배포할 예정이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최초로 지방의회의 이해 충돌 실태를 살피고 주요 문제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