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내의 유수의 대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대응(Environment),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소외계층 지원(Social),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Governance)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성(ESG) 공시기준 로드맵을 마련하고 공시기준 초안 발표 및 기업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서 의견을 청취하고 2026년부터 자산 2조원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공시를 의무화하며, 2030년까지 모든 상장기업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ESG 경영이 중요해 지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ESG분야중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분야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며, 거기서 더 나아가 장애인 고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기업들도 있다. 국내의 LG, SK, 삼성그룹의 대기업들도 직접 고용 뿐만 아니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통한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주요한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와 더불어 근로조건 개선 등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위한 활동들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이다.
장애인에게 일자리가 가지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소득보장의 측면 뿐만 아니라 직업을 통한 사회참여로 적극적 인권의 실현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시혜의 대상에서 독립적인 납세자로서 권리주체로 전환, 경제활동 주체로서의 사회참여, 경제활동으로 인한 결혼 및 여가 등 일상적인 사회 활동의 보장 등 그 의미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0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제정해 장애인의 일자리 확보와 고용 안정를 위해 의무고용제 운영, 고용장려금 지급, 표준사업장 설립 지원, 근로지원인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제도의 역사가 3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화두를 던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35년간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고용의무제를 안착시키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시기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장애인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하반기 장애인고용률은 34.5%로 전년 대비 0.5%p 상승하기는 했지만, 전체인구 63.3%에 비하면 고용률은 절반수준 이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고용률은 23.2%로 장애인 전체인구에 대한 고용률 보다 더 하락하게 된다. 아직도 일자리의 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장애인의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우리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 현재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으로 정한 장애인 고용의 최소 기준(월 60시간이상)이 적합한지, 상시근로자 50인이상 사업주에게 부여된 고용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장애인에게 능력에 걸맞는 직무를 부여하고 있는지, 장애인에게 직장내에서 정당한 보상과 승진체계 등을 갖추고 있는지 말이다.
결국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1~2년짜리 비정규직 일자리로 전락하지 않고 자아실현을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기업들의 진정한 ESG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에게만 이러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도 장애인이 직업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직업훈련,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고, 장애인 당사자들도 사회적 주체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때, 장애인 고용의무제라는 제도적 허울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노력해온 35년간 장애인 고용의 노력이 결실이 맺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