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이천용 기자] 5일 저녁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한강공원은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낮부터 이미 북적북적했다.
축제 개막은 오후 7시여서 장시간 대기가 예상되는데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일찌감치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곳을 골라 자리를 잡으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오전부터 서두른 이들의 차량으로 한강공원 주차장이 꽉 차는 바람에 낮부터는 시민들이 행사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걸어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손주와 함께 나들이 왔다는 여모(62)씨는 "오전 10시 반에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이 만차라 들어갈 수 없었다"며 "안내하는 직원이 '지금 와서 주차하시려면 못하십니다'라며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강하지 않은 전형적인 가을날이라 그런지 가벼운 옷차림으로 불꽃놀이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 보였다.
텐트를 가져와 쳐놓고 그 안에서 기다리는 시민도 많았다. 불꽃축제 관람을 위해 캠핑용 접이식 의자를 가져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이들이 여럿 보였다.
강변 데크에 텐트를 친 정다운(34)씨는 "국회의사당 뒤쪽에 주차하고 오느라 좀 걸어왔다"며 "작년에도 사육신공원에서 불꽃축제를 봤는데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여의도 한강공원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기가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며 "연도 날리고 게임도 하고 너무 지루해하면 아기랑 잠깐 공원 밖으로 나갔다 오려 한다"고 덧붙였다.
잔디밭 곳곳에 있는 '그늘막 설치 금지구역'도 가득 찼다. 시민들은 커다란 양산을 펴 햇볕을 피하는 한편 돗자리 위에 앉거나 누워 시간을 보냈다.
자리가 없어 마포대교 근처에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지만 '계절 광장과 메인 들판이 텐트 허용 구역'이라며 철거를 당부하는 미래한강본부 안내방송이 나오자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인파가 몰린 강변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돗자리를 편 시민들도 있었다.
불꽃축제를 보러 부산에서 왔다는 심현규(37)씨는 "인파가 얼마나 많이 몰릴지 몰라 일찍 왔다"며 "그늘이 좋기도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중에는 화장실에 가기 너무 어렵다고 해서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텐트나 돗자리를 펴지 않은 공간에도 시민으로 넘쳐났다. 잔디밭에서 캐치볼을 하는 부자, 물빛광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둘레길을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10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번데기, 솜사탕, 핫도그, 떡볶이, 회오리감자, 닭고기꼬치 등 축제하면 떠오르는 음식을 파는 노점이 줄지어 세워졌다.
축제가 시작되는 밤에는 기온이 떨어질 예정이어서 핫팩과 담요 등을 파는 상인도 더러 보였다.
한강공원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한 달째 일하고 있다는 한정석(26)씨는 "아직 평소 주말과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오늘은 특수한 상황이라 일일 알바로 친구 셋이 더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배달존'에도 장사진이 펼쳐졌다.
좁은 그늘에 다닥다닥 모여 기다리던 시민들은 배달된 음식을 받아 들고 광장과 잔디밭의 텐트나 돗자리로 돌아갔다.
벌써 공원을 메운 인파에 귀갓길이나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정다운씨는 "안전 문제는 크게 걱정되지 않지만, 집에 갈 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6개월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프랑스 유학생 발렌틴 퍼셰롱(20)씨는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큰 규모로 하는 것을 본 적 없어서 기대된다"면서도 "외국인들도 이태원 참사를 알기 때문에 조금 무섭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에 주최측 추산으로 107만명의 운집이 예상됨에 따라 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 2천417명이 동원됐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도 여의나루역·여의도역·샛강역·대방역 등에서 귀가 인파의 안전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여의나루역은 인파 밀집 시 무정차 통과가 예상된다.
경찰은 "대중교통 이용 시 주변 지역의 교통통제 시간과 지하철역 위치 등을 사전에 확인해 달라"며 "경찰의 질서유지 안내와 통제에 적극 협조해 안전한 불꽃축제 관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