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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신년 콩트] 2025년은 뱀띠의 해 만세!

  • 등록 2025.01.01 16:29:40

“아이고! 여보! 워쩐대유? 2024년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라구 떠든 지가 어끄제 같은디, 벌써 주방 벽에 걸어놓은 달력 열두장이 다 떨어져 나가구, 니얄 모레가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새해인디, 아직두 우리집엔 새해 달력이 하나두 없으니 말이유!”

 

해마다 송구영신의 연말이 다가오면 으례히 쓰는 말이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송년회마다 인사말을 하는데, 올해야말로 국내외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3년째고, 중동의 화약고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국내적으로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가뭄 홍수 폭염이 여전했고, 어수선한 연말에 마누라가 나에게 눈길을 던져오며 건네오는 말이었다.

 

“얼라! 참 올해는 해마다 보내오던 대학동창회에서도 달력이 안 오구, 단골 은행에서 고객에게 나눠주던 달력두 첫날에 다 떨어졌대서 못얻어오구, 무슨 단체 송년회에서 흔히 주던 달력까지 올해엔 왜 이리 달력 흉년이랴?”

“아유! 그래서 올해엔 달력두 어디 가서 사와야 쓰겄네유! 그러구 본께 새해는 무슨 년의 무슨 띠 해쥬?”

 

“에, 그렁께 올해가 갑진년 청용의 해였응께 2025년은 12지 간지루 을사년 푸른 뱀의 해이지! 혹자는 초록뱀의 해라구두 허는디! 당신은 첫 번째 띠가 뭔지 아남?”

 

내가 마누라에게 이런 설명과 함께 질문을 던지자 그 대꾸가 어이 없었다.

“아유! 국어선생 했다구 당신은 알겠쥬? 그래 열두 띠 중에 첫 번째는 뭔디유?”

“으응! 아주 오랜 옛적에 옥황상제가 12간지 띠 동물들을 불렀는디, 우직한 소가 맨 먼저 길을 떠나 왔는디, 바루 그 소의 등을 타구 오던 쥐가 당도해서는 먼저 새치기루 뛰어내려 1등으루 첫번째 띠가 됐구, 다음은 소띠! 세번째는 가장 날랜 범! 부지런한 토끼! 하늘을 날아온 용! 그 뒤를 다리는 없어두 뱀이 마구 꿈틀걸음으로 6등을 도착했다는구먼!”

“야아! 그래유? 그뒤루 말 양 원숭이 닭 개 마지막 꿀꿀돼지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찾아 먹다가 꼴찌루 들어와 열두가지 띠가 생긴 건 나두 알구 있구먼유! 호호!”

 

“그려? 근디 서양에선 뱀을 우린 징그럽게만 생각허는디 영리하고 지혜로우며 논리적 분석력을 갖춘 영물루 여긴다는구먼! 그리스 의술의 신 아스클레디오스 지팡이에 감긴 뱀은 바루 그런 표상이구, 용이 될 가능성두 있다는게 뱀이라지!”

 

나의 이런 뱀띠 예찬에 마누라가 한마디 덧붙였다.

“암뉴! 뱀이 다리는 없어두 워찌나 빠른지, 뱀띠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의지와 추진력이 있어 뱀띠 신랑을 얻는 신부는 한평생 잘 살거라는구먼유!”

 

마누라의 이런 해설을 듣는 순간 나에게는 어려서 내 고향 청양에 살 때 뱀에 얽힌 추억이 떠올랐다.

“아이고! 삼월 삼짓날에 강남갔던 제비가 온다더니, 마당가 텃밭을 쟁기루 갈다가 손님을 만났지 뭐여?”

바로 점심 후에 쟁기로 마당가 텃밭을 갈다가 들어오시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야아? 이 바쁜 봄에 워떤 손님을 만나유?”

“으응! 쟁기루 밭의 땅을 깊이 갈았더니, 글쎄 한 발은 되는 큰 구렁이가 겨울잠을 자다가 놀라서 꿈틀대구 일어나오지 뭔감?”

“으매! 구렁이는 영물인디 다치지는 안했남유? 조심해서 쟁기질을 허셔야쥬?”

어머니의 근심섞인 물음에 아버지가 대꾸하셨다.

“다행히 구렁이가 상처난 데는 없었구먼! 그래서 다시 흙으로 묻어 주었네잉!”

 

그런데 그 시절에 고향의 산이나 들에는 뱀들이 어찌나 들끓었는지 특히 산의 덩굴숲에 숨은 살모사나 독사에 물리면 발이나 손이 퉁퉁 부어오르고 눈알은 뱀눈처럼 변하며 며칠 동안이나 사경을 헤매기도 했던 것이다.

“어허! 근디 기와집 머슴은 하필이면 콩밭 매다가 독사 대기리에 오줌을 누어 거시길 물려서 방맹이처럼 부어올랐다니 큰일이 아닌감?”

“큰일은...? 그렇다면 잘된 일이구먼그려! 허허!”

 

그런데 나는 학교에 갔다오다가 빨간 무늬의 율목이뱀을 만나 돌로 쳐죽었는데 그날 밤 꿈에 율목이뱀떼의 공격을 받아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기도 했던 것이다.

“얘! 은집아! 자다가 무슨 꿈을 꿨기에 그리 외마디 소리여! 응?”

어머니의 물음에 내가 뱀꿈을 얘기하자

“응! 그건 노루잠 자다가 개꿈 꾼 것인께 어이 더 자라잉!”

 

암튼 내가 어렸을 땐 사방천지에 뱀들이 들끓어 지붕에는 구렁이뱀! 돌담틈에는 살모사! 심지어 이불 속에도 뱀이 기어들어와 혼비백산을 하기도 했으니...! 내가 이런 뱀들의 추억을 떠올렸는데 마누라가 뜻밖의 소리를 해왔다.

“여보! 2025년 을사년 뱀띠의 해에는 뱀처럼 온갖 허물은 다 벗어 버리구, 새마음 새로운 자세루 멋지구 행복한 새 삶을 위해 노력해 봅시다! 응? 여보! 그런 뜻에서 <2025년 을사년 뺌띠 해 만세!>유! 호호호!”

 

 

 

이은집: 문래동 거주 작가. 1971년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등단. 저서 <눈물 한방울> <스타 탄생> <통일절> 등 35권 출간. <충청문학상> <한국문학신문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세계문학상> 16개 문학상 수상. 2014 세종우수도서, 2016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창작지원금 선정. 한국문인협회 수석 부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종합문예지 <시와창작> 주간. 그외 방송작가와 작사가로도 활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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