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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경수 칼럼] '박항서 매직'이 불러온 새로운 인연

  • 등록 2018.12.19 10:46:51

1965년 초가을 미국을 방문해 존슨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박정희 대통령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베트남에 한국군 파병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박정희 대통령은 무려 6곽의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수차례나 재떨이를 비웠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군은 베트남 파병을 결정하고 비둘기 부대를 필두로 맹호부대와 청룡부대 등 약 4만 8천 명의 한국군이 베트남 전선에 투입돼 공산 베트남 군대인 월맹군과 싸웠다.


명분없는 전쟁이니 미국의 용병이니 하는 비판을 무릅쓰고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된 결과 한국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할 수 있었고, 그 기회를 틈타 기업들이 진출해 지금의 한진그룹과 현대건설이 재벌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 청년들이 흘린 피의 댓가가 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한국군 나아가 한국을 미워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싸워서 이긴 나라이며, 13억의 중국과 전쟁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부심에서 베트남 국민들은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된 것은 강대국인 미국의 탓이라고 이해를 해줬다.


더구나 80~90년대 베트남이 경제개발을 국가 목표로 추진했을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조언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김회장은 당시 베트남 정부의 경제고문으로 베트남 경제개발 계획 수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속에 한국에 대한 불신이 점차 싹트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원인은 바로 잘사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이 베트남 국민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시집을 온 베트남 여인들을 한국인들이 학대하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에 일을 하러 온 베트남 청년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양적 유교사상으로 정신적인 지주를 삼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은 한마디로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그런 존재로 비쳐졌다. 조금 잘 살게 됐다고 과거 자기들이 못살았던 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 한심한 민족으로 비쳐졌다.


 

그러던 베트남에 자국기인 금성홍기와 더불어 태극기가 온 거리에 물결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인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박항서 매직, 쌀딩크, 파파 리더십 등은 지금 베트남을 넘어서 한국에까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시청률이 20%에 이르렀다고 하니, 우리 국가 대표 경기도 아닌 외국 경기에 이만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닌가 한다.


작금의 베트남 국민들이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박항서 감독은 우승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베트남의 인구는 약 1억 정도이며, 특히 30~40대 청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젊고 역동적인 나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개발을 미루고 있는 잠재적 세계 1위의 해저 유전과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며, 고무와 커피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한-베트남 관계가 여러 가지 우리의 잘못으로 불편했지만, 박항서 감독 덕분에 다시 좋은 이웃이자 진심을 나누는 형제이자 사돈의 나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덤으로 박항서 감독에게 특급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국민훈장을 수여하자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에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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