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나재희 기자] 일제가 도로를 놓으며 갈라놓았던 서울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길이 열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는 9일부터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율곡로 궁궐 담장길 쪽 출입문을 개방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창경궁 율곡로 출입문과 종묘 북신문이 각각 열리게 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율곡로 쪽 출입구를 통해 창경궁에서 종묘로, 종묘에서 창경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공간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경궁과 종묘는 조선 왕조가 중요하게 여긴 공간이다. 창덕궁과 함께 동궐(東闕)로 불렸던 창경궁은 왕실 가족이 머무르던 궁이었으며, 종묘는 왕과 왕비,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이다.
창경궁과 종묘는 본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1932년 일제가 그사이에 종묘 관통도로(율곡로)를 내면서 갈라놓았다.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는데 일제가 중간에 도로를 놓아 끊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서울시는 2010년 11월부터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공사를 시작해 기존 율곡로를 지하로 두고, 그 위에 산책로를 조성해 2022년 궁궐 담장 길을 완성했다.
약 2년의 준비 끝에 양쪽을 오가는 길이 열리게 됐으나, 출입문은 제한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종묘는 제례를 올리는 엄숙한 공간으로, 종묘 북신문은 조선시대에도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창경궁 등 다른 궁궐과 달리 종묘는 평일에 시간제로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종묘의 역사성과 현재 관람 제도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율곡로 궁궐 담장 길의 출입문은 이달 9일 시작하는 '2024 가을 궁중문화축전'(10.9∼13) 기간에는 매일 특별 개방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연다.
단, 창경궁과 종묘에 들어가기 위한 관람권은 각각 발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