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신민수 기자] 거주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새 삶을 꾸려 온 장애인의 여정을 기록한 사진전 ‘나의 집으로, 가는 길’ 이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영등포구 문래동 아트필드 갤러리 3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관장 최종환)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 ‘시설 퇴소인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사업’ 3차년도를 맞아 마련한 자리로, 지난 2022년부터 3년 동안 카메라에 담긴 탈시설 당사자들의 기록을 처음으로 시민 앞에 공개했다.
전시장은 ‘길’을 주제로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구역 ‘마을 살이 주인공 5인의 이야기’는 시설에 머물던 다섯 명이 2주에서 한 달간 마을에 살아 보며 자신만의 취향과 생활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속 인물들은 낯선 부엌에서 직접 끓인 라면 한 그릇에 웃음을 짓고, 저녁 무렵 동네 산책길에서 스스로 정한 목적지에 도달하며 자유를 맛본다. 이 가운데 세 명은 이미 자립생활주택과 지원주택으로 이주했고, 두 명은 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며 마지막 짐 꾸리기를 앞두고 있다.
두 번째 구역 ‘나도 그냥, 내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에서는 탈시설 자조모임 ‘벗바리’와 지원주택 거주자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사진은 여행지의 탁 트인 바다, 동네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손끝으로 완성한 공예 작품 등을 포착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 즐기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를 관객에게 묻는다.
마지막 구역 ‘함께여서 더 행복한 순간들’은 지원자와 당사자가 같은 프레임 속에 선 순간들을 모았다. 재봉틀 앞에서 바느질을 배우는 모습, 이삿날 무거운 박스를 함께 들고 웃는 장면, 계획이 틀어져 허탈하게 웃다 결국 다시 도전하는 순간까지, 사진은 ‘홀로가 아닌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시간들을 말없이 증언한다.
전시 기간 동안 수많은 지역 주민이 전시장을 찾아 발걸음을 이어갔다. 관람객들은 “자유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등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방명록에 남기며 전시에 공감을 표했다.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은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겐 어렵게 얻어낸 소중한 일상이라는 점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시설 퇴소인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사업’은 올해 7월로 공식 종료되지만, 영등포장애인복지관은 지역 기관·단체·주민과 손잡고 시설퇴소 장애인이 동네에서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다양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