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는 말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막힘없고 멋있게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새해 벽두 한 시민단체의 행사에 초대되어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의 수도 동경을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일본은 역사문제 제외하고 우리나라보다는 먼저 선진국에 올라섰다가 지금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동경으로 가는 수단으로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면서부터 놀라움은 시작이 됐다.
무엇보다 서울에서는 교통카드 하나면, 지하철에서 시내버스와도 환승이 가능함은 물론, 카드체크기에 한 번 터치하는 것으로 승·하차 절차가 완료되는 편리함에 비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선진국이 되었다는 일본의 지하철 시스템은 마치 우리나라의 88올림픽 무렵 사용하던 지하철 티켓으로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는 낙후된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 그다음으로 놀랐던 것은, 지하철 역사와 출입구가 익숙한 서울의 모습과 많이 다르게 보여, 신기하게 느껴진 가운데 의외로 친절한 역무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게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일행 모두가 입을 모았다.
일행 중 유일하게 일본어에 능통한 이가 있었다. 이분이 자연스럽게 인솔자가 되어 이리저리 바쁘게 뛰면서 안내를 하는 가운데, 지하철 역사에서 역무원에게 질문하는 도중에 역무원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벽에 부착된 지하철 노선도를 가리키면서, 열심히 설명하다가 그래도 못 미더웠던지, 일행과 같이 밖으로 나와서 인솔자에게 설명을 해준 뒤 다시 돌아가는 멋진 모습이 무척 인상 깊게 남았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가 무척 청결하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조금만 살짝 보태서 “길에다가 이불을 펴고 잠을 자도 되겠다”고 하면서 우리 일행들끼리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길거리가 깨끗했다.
또, 식당에 갔을 때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으면서, 물 한잔도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주문한 음식 외에는 어떠한 반찬도 없다는 것에 연속으로 놀라게 됐다.
이튿날에는 전통거리를 방문했다. 이곳은 서울로 치면 인사동 비슷한 곳으로, 인력거에 관광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모습이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동경국립박물관 관람을 위해 찾은 우에노공원도 역시 말끔하고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 다른 곳과 다름없어 보이면서, 이런 현상은 서울 도심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였다. 이렇듯 청결이 잘 유지되는 저변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람객이 협조가 필요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바탕이 없이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공원 입장권 매표소 앞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입장권 구매 시 신분증을 제시하는데,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70세부터는 무료입장이 가능한 점은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로, 경로효친의 사상이 이토록 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시아를 넘어 동양의 미덕이 아닐까 하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또,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으며,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안내문에 일본어와 영어 설명에 이어 한국어 설명이 함께 기재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몰라보게 높아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뿌듯한 순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