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의 '장애인 출산지원금' 정책, 환영한다. 최근 영등포구가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출산지원금'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영등포구가 장애인 가정의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신생아 1명당 '장애인 출산지원금'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행정이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마땅히 자치구가 해야 할 일이다. 환영할 일이다.
기사 말미에는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장애인 가정이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해 출산과 육아라는 기본권이 제약받지 않도록 출산지원금을 마련했다. 출산지원금이 장애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다하겠다.”
민선8기 공약사업 실천계획을 살펴보면 최호권 구청장의 장애인 관련 공약은 1) 횡단보도 턱 낮춤, 2) 점자블록 설치, 3) 버스 편의시설→이동편의 확보, 단 세 가지 내용만 담고 있는데,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다하겠다는 최호권 구청장의 메시지는 매우 반갑다.
그리고, 기사에는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영등포구가 아래와 같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애인 의료비 지원, ▲전세주택 제공,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제공, ▲휠체어 수리비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이 예산들로 진정,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대해서, 그리고 영등포구청장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얼마나 큰 예산을 지원하길래’ 이런 기사가 났을까? 2023년 영등포구 예산을 한 번 찾아봤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장애인 출산지원금 1,250만원(50만원×25명) ▲장애인 의료비 지원('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항목으로 추정됨. 다른 예산은 없음.) 1,260만원 ▲전세주택 제공('장애인전세주택 설정비 등'으로 예상됨. 다른 예산은 없음.) 140만 2천원(이거 실화인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제공 3,796만원 ▲휠체어 수리비 지원 1,600만원 + 추경예산 121만 9천원 ▲총 8,168만 1천원
-영등포구 2023년 예산, 추경예산 자료 중
2023년 영등포구의 예산과 추경예산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이 기사에서 언급한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에 투입하는 전체 예산은 8천168만1천원이다. 결과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참고로, 2023년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이 유럽에 6박 8일로 1회 다녀온 공무국외출장 여비 예산은 아래와 같다.
▲구의원들의 여행경비 5,950만원, ▲구의원들의 기타여비 1,448만원, ▲수행 직원들의 여행경비 2,480만원, ▲수행 직원들의 기타여비 136만원 / ▲총 1억 14만원
그리고, 건축과에서는 2023년 9월 20일, '판결금에 대한 변제공탁금 지출(서울남부지방법원2021가합1167**)' 내용의 단일 건으로 64억 2,222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영등포구 세입세출현황 공개자료 중)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22년 기준 영등포구에 '등록'한 장애인 14,654명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연간 집행하는 예산 8,168만원과, 영등포구의회 의원 17명의 1회성 연수에 집행하려고 계획한 예산 1억원의 차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예산을 집행한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후 만들어낼 결과물과 성과는 도대체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그리고 건축행정 지원을 위한 1회성 예산 64억과의 차이는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예산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사용한 것인가?
물론, 모든 예산을 금액의 크기로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복지 예산은 이 외에도 많고, 장애신생아 출산에 대해 아무런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소액이라도 지원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장애'를 갖고 태어난 25명의 신생아에게 50만원, 1회 지원하는 예산을 책정해놓고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 운운하는 것은 장애인들을, 장애 신생아를 낳고 돌보는 구민들을 기만하는 게 아닐까?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려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지난 6월, 장애인 당사자들은 2024년 예산수립 과정에 당사자들의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의 요구에 영등포구는 무시로 일관했었다.
오는 11월 20일, 영등포구 의회 제249회 제2차 정례회가 시작된다. 이 정례회에서는 2023년 행정사무감사 및 2024년 예산을 심사한다. 2023년 사업 수행을 잘 했는지 감시하고, 2024년 한 해 살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다.
영등포구가 진정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세울 의지가 있다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예산이 필요한지,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할 것이다.
2023년 11월 13일
사회참여와 자치의 공동체
영등포시민연대 피플